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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에 아홉 번을 오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미슐랭 식당이라고 하면 괜히 멀고 비싸고 예약도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 이곳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랩 한 번이면 닿을 수 있고, 배불리 먹어도 3만 원이 넘지 않는 미슐랭 맛집이 다낭에 실제로 존재합니다. 제가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한 세 곳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꽌푸홍 — 세 번 가고도 또 가고 싶은 곳
미슐랭 가이드에 올라 있다고 해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한 시장 바로 인근이라 위치도 워낙 접근하기 쉬운 데다, 입구에서부터 숯불에 고기를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니 그냥 동네 식당 같은 인상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입 먹고 나서야 '아, 이래서 미슐랭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넴루이(Nem Lụi)입니다. 넴루이란 돼지고기 완자를 레몬그라스 줄기에 끼워 숯불에 구운 베트남식 꼬치 요리로, 고기 자체에 불향이 깊게 배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여기에 라이스페이퍼, 신선한 채소와 함께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인데, 이 소스가 결정적입니다. 제가 직접 번역기를 들고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땅콩과 된장 비슷한 장을 섞어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달고 고소하면서 발효된 깊이가 있어서, 고기쌈을 무한히 먹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Bun Thit Nuong 이라는 비빔국수가 있는데 이 국수에 넴루이 쌈을 찍어먹는 장을 섞고, 약간의 야채와 고기의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이 비빔국수도 끝내줍니다. 저는 이 집을 이번 다낭 여행 기준으로만 세 번 이상 다시 찾았고, 솔직히 제 개인 순위 1위 미슐랭 식당입니다.
미슐랭 가이드 선정 기준 중 하나가 위생과 조리 환경의 수준인데, 이 집은 주방과 홀 청결도가 눈에 띄게 뛰어납니다. 처음 베트남 로컬 식당에 가면 위생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는 그 걱정을 내려놓아도 됩니다(출처: 미슐랭 가이드 베트남 2024).
- 넴루이: 레몬그라스 꼬치에 꿴 돼지 완자를 숯불에 구운 메뉴, 라이스페이퍼 쌈과 함께 먹음
- 땅콩·된장 베이스 소스: 이 집만의 핵심 포인트, 꼭 듬뿍 찍어 드세요
- 위치: 한 시장(Han Market) 인근, 도보 접근 가능
꽌난 — 오리 죽은 좋았고, 오리 샐러드는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안트엉(An Thượng) 지역에 위치한 꽌난은 오리 요리로 알려진 현지 맛집입니다. 네이버에는 리뷰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 처음 갔을 때는 '내가 제대로 찾아온 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느낀 건, 진짜 현지인 식당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묘한 설렘이었습니다.
이 집에서 먼저 먹은 건 차우빗(Cháo Vịt), 즉 오리죽입니다. 차우빗이란 쌀을 오래 끓여 걸쭉하게 만든 베트남식 죽에 오리 고기와 생강을 올린 요리입니다. 첫 숟가락을 떴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한국의 닭죽과 거의 비슷한 온도와 질감인데, 오리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더해지면서 뭔가 더 깊은 맛이 납니다. 쫀득한 오리 껍질이 죽 위에 올라와 있는데, 이게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식감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찾는 현지인들이 많은 이유를 그때 이해했습니다.
문제는 오리 샐러드였습니다. 이 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고이빗(Gỏi Vịt), 즉 오리 수육과 채소를 버무린 베트남식 샐러드인데, 제 입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는 저도 이건 좀 비릿한 향이 강해서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오리 특유의 향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괜찮을 수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호불호가 꽤 갈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꽌난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 하나, 오리죽 하나로 그 불호를 다 상쇄합니다.
Rang — 다낭에서 인도 커리를 먹은 이유
다낭에서 인도 음식점을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베트남까지 가서 왜 인도 음식이냐고. 그런데 제 경우엔 이게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인도 커리는 좋아하지만 가격 때문에 자주 먹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배불리 먹으면 1인당 10만 원은 훌쩍 넘는데, Rang에서는 배 터지게 먹어도 3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이유가 됩니다.
Rang은 전통 베트남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계열과 달리, 인도식 탄두르(Tandoor) 화덕 조리 방식을 기반으로 한 인도 요리 전문점입니다. 탄두르란 인도 전통 항아리형 화덕으로, 고온에서 단시간에 재료를 익혀 특유의 훈제 향과 촉촉한 식감을 동시에 살리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으로 구운 난(Naan)이 커리를 찍어 먹기에 딱 맞는 탄력과 두께를 가지게 됩니다.
한국인들이 이 집에서 주로 시키는 건 치킨 커리라고 하는데, 제가 직접 시켜본 건 양 커리(Lamb Curry)였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람 커리란 양고기를 향신료와 함께 오랜 시간 저온으로 끓여낸 커리로, 육질이 매우 부드럽고 향신료가 겹겹이 스며들어 향이 복잡하게 깊습니다. 닭고기보다 기름기가 적으면서도 육향이 진해서, 커리의 풍미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치킨 커리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쌀국수와 분짜를 며칠 연속으로 먹다 보면 솔직히 베트남 음식에 살짝 질릴 때가 옵니다. 그럴 때 Rang 같은 곳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다낭은 도시 규모가 작은 편이라 그랩(Grab)으로 어디든 1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고, 식당 간 이동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맛집을 하루에도 여러 곳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게 이 도시의 가장 큰 미식 장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꽌푸홍에서 넴루이랑 비빔국수 둘 다 시켜도 되나요, 양이 어느 정도인가요?
A. 제가 직접 두 메뉴를 같이 시켜봤는데, 성인 2인 기준으로 넴루이 4인분과 비빔국수 2인분 정도면 배부르게 먹습니다. 혼자 간다면 넴루이 2인분에 비빔국수 1인분이 적당합니다. 소스를 넉넉하게 달라고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Q. 꽌난 오리 샐러드가 비리다고 하는데, 오리 향에 민감한 편이면 안 먹는 게 나을까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는 저도 이건 좀 힘들었습니다. 오리 향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오리죽만 주문하시는 편을 권합니다. 오리죽은 한국 닭죽과 결이 비슷해서 거부감이 거의 없습니다.
Q. 다낭 미슐랭 식당들 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하나요?
A. 제가 방문한 세 곳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만 원에서 3만 원 사이였습니다. Rang에서 양 커리에 난까지 배터지게 먹어도 2~3만 원 수준이었고, 꽌푸홍과 꽌난도 비슷한 가격대였습니다. 한국 미슐랭과는 가격 차이가 꽤 큽니다.
Q. 다낭 미슐랭 맛집들, 예약이 필요한가요?
A. 제 경험상 꽌푸홍과 꽌난은 예약 없이 방문해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점심·저녁 피크 타임은 웨이팅이 생길 수 있으니, 피크를 조금 비껴서 가거나 그랩 배달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론
다낭에 아홉 번 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미슐랭 식당들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후 미케비치를 걷고, 진한 베트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저녁엔 꽌푸홍에서 넴루이를 싸 먹는 루틴이 생긴 뒤로 다낭이 단순한 여행지 이상의 의미가 됐습니다.
쌀국수와 분짜만 드시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맛이 당기게 됩니다. 그때 꽌난의 오리죽으로 아침을 채우고, Rang에서 양 커리와 난으로 저녁을 마무리하는 코스를 저는 진심으로 권합니다. 미슐랭 식당이라는 이름에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이곳 다낭에서는 그랩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