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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 다낭을 여행할 때 카페 때문에 동선을 완전히 망친 적이 있습니다. 미케 비치에 있다가 콩 카페 하나 가겠다고 한시장 쪽까지 이동했는데, 정작 줄이 너무 길어서 30분 넘게 대기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다낭 카페는 '맛집'보다 '동선'으로 골라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베트남은 전 세계 커피 수출 2위 국가입니다. 어디서 마셔도 기본은 합니다.


여행 동선을 망치면 여행이 망한다
제가 다낭을 여러 번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카페 선택의 기준은 리뷰 점수가 아니라 여행 동선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들이 다낭을 3박 5일 안팎으로 짧게 다녀오기 때문에, 이동 시간 30분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영흥사(靈興寺), 현지에서는 링엄사 사원으로 불리는 다낭 북쪽 선짜 반도의 대형 불교 사원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다면, 같은 방향에 있는 선짜 마리나 카페를 묶어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서 선짜 마리나란 한강 하구와 바다가 맞닿는 지점에 자리한 대형 뷰 카페로, 일몰 시간에 방문하면 붉게 물드는 수평선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커피 맛 자체보다는 뷰가 압도적이라 스페셜티 커피를 기대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영흥사 방문 후 들러서 사진 한 장 찍고 음료 한 잔 마시기에는 최적입니다.
반대로 미케 비치에 머무는 날이라면, 굳이 콩 카페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케 비치 주변에는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 지점이 있고, 동네 로컬 가게도 수두룩합니다. 하이랜드 커피란 베트남 전국에 1,00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 중인 베트남 최대 프랜차이즈 카페로, 에어컨이 잘 나오고 와이파이도 안정적이라 더운 날씨에 잠깐 쉬어가기에 제격입니다.
- 영흥사·선짜 반도 일정 → 선짜 마리나 카페 (일몰 뷰 + 동선 일치)
- 한시장·구시가 일정 → 콩 카페, 웃띠크 카페 (도보 이동 가능)
- 미케 비치 일정 → 하이랜드 커피 또는 인근 로컬 카페 (에어컨 + 가성비)
콩 카페, 줄 서도 가야 할까
저도 다낭을 처음 갔을 때 콩 카페(Cộng Càphê)를 빠짐없이 들렀습니다. 솔직히 분위기가 남달랐습니다. 베트남 사회주의 시절을 모티브로 한 레트로 밀리터리 인테리어, 빛바랜 포스터와 낡은 선풍기가 뒤섞인 공간은 다른 어떤 카페에서도 느끼기 힘든 감성이었습니다. 코코넛 스무디 커피(Cốt dừa càphê), 즉 진하게 추출한 베트남 로부스타 원두커피에 코코넛 크림을 올린 음료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가격도 약 5만 동(2,700원 수준)으로 저렴하고, 카드 결제까지 되니 여행자 입장에서는 편리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방문부터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성수기에는 대기 줄이 20~30분 기본이고, 매장 안은 관광객으로 가득 차서 현지 감성보다는 관광지 분위기가 훨씬 강합니다. 매장마다 음료 맛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처음 먹었을 때만큼의 감동이 반복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콩 카페는 첫 방문이라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맞습니다. 단, 한시장 쇼핑이나 구시가 도보 관광 동선과 묶어야 줄 서는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즉 국제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 기준 80점 이상을 받은 고품질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를 원한다면 43 팩토리 커피 로스터(현 XLLIII Coffee)를 따로 찾아가는 것이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제 경험상 43 팩토리는 바리스타가 원두 산지와 추출 방식을 직접 설명해 줘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배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가격은 한국 스페셜티 카페 수준이라 부담스럽지만, 커피 자체의 품질로 승부하는 곳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출처: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로컬 커피 한 잔이 다낭을 바꿔놓는다
베트남은 세계 커피 생산·수출량에서 브라질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다낭 골목을 걸어 다니다 보면 체감하게 됩니다. 한 블록에 카페가 세 개씩 붙어있고, 그중 절반은 플라스틱 의자와 작은 철제 테이블만 달랑 놓인 로컬 카페입니다(출처: 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제가 처음 로컬 카페에 들어갔을 때 당황했던 것이 있습니다. 주문도 하기 전에 짜다(Tràđá)라는 것을 먼저 갖다 줬습니다. 여기서 짜다란 베트남식 무료 제공 얼음 녹차를 말하는데, 입안을 깔끔하게 헹구는 용도로 커피 전에 내어주는 현지 문화입니다.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마셨는데, 그 후에 진한 베트남 로부스타(Robusta) 커피 한 모금을 넘겼을 때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꽤 강렬했습니다. 로부스타란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Arabica) 원두 대비 약 2배가량 높은 품종으로, 쓴맛과 향이 훨씬 강하고 진합니다. 가격은 한 잔에 2만 동~3만 동, 우리 돈으로 2,000원이 채 안 됩니다.
물론 에어컨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낭의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는 계절에는 분명 불편합니다. 그런데 짜다로 입안을 헹구고, 진한 로부스타 한 모금 마시고, 가게 앞 골목을 구경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더위가 덜 느껴집니다. 저는 이 경험이 하이랜드 커피 에어컨 아래에서 마시는 음료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베트남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느낌이랄까요. 이게 제가 다낭을 계속 찾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낭 콩 카페는 줄 안 서고 들어갈 수 있나요?
A. 성수기(12~1월, 여름 방학 시즌)에는 한시장 인근 지점 기준으로 20~30분 대기가 기본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3시 이후 비수기 시간대를 노리면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점마다 혼잡도가 달라서 미케 비치 인근 지점이 상대적으로 여유롭습니다.
Q. 다낭 로컬 카페는 에어컨이 없는 곳이 많나요?
A. 작은 로컬 카페 대부분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운영합니다. 더위에 민감하시다면 하이랜드 커피나 콩 카페처럼 실내 에어컨이 있는 프랜차이즈를 이용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저는 로컬 카페에서 짜다(무료 제공 얼음 녹차)를 마시면서 버티는 것도 경험이라 생각해서, 날씨가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 날에는 일부러 로컬을 골랐습니다.
Q. 선짜 마리나 카페는 언제 가는 게 가장 좋나요?
A. 일몰 30분 전에 맞춰 도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영흥사 방문 일정을 오후 3~4시로 잡고, 영흥사를 둘러본 뒤 선짜 마리나로 이동하면 해 질 무렵에 딱 맞게 도착합니다. 뷰가 좋은 자리는 경쟁이 있으니 일찍 자리를 잡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다낭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제대로 마시려면 어디가 좋나요?
A. 43 팩토리 커피 로스터(현 XLLIII Coffee)를 추천합니다. 제가 직접 가봤을 때, 바리스타가 원두 산지와 추출 방식을 설명해주면서 주문 즉시 추출해줬는데 커피 자체의 퀄리티가 분명히 달랐습니다. 가격은 한국 스페셜티 카페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이지만, 커피에 진심인 분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결론
다낭 카페를 고를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결국 동선입니다. 유명한 카페를 일부러 찾아가는 수고보다, 그날 방문하는 관광지 근처 카페를 자연스럽게 들르는 편이 시간도 아끼고 경험도 더 풍부해집니다. 처음 다낭을 방문한다면 콩 카페와 한시장 일정을 묶고, 영흥사 방문일에는 선짜 마리나로 이동하는 것이 제가 여러 번 다녀오면서 터득한 가장 효율적인 동선입니다.
그리고 꼭 한 번은 에어컨 없는 로컬 카페에 앉아서 짜다 한 잔에 로부스타 커피 한 모금을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그 경험이 다낭을 계속 찾게 만드는 진짜 이유 중 하나가 됐습니다.